동국대 총동창회
 
 
 
‘직업이 대학총장’인 송석구 동문
  • 최고관리자 | 2022.04.11 12:16 | 조회 1410



    정직을 좌우명으로 실천과 실적으로 얻은 결실

     

    동국대 일산캠퍼스 조성과 일산병원 건립이 큰 보람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58 철학과)의 자택이 종로구 평창동이라고 해서 재벌기업체장들이 모여 사는 대저택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집은 깔끄막 위의 하얀집으로 경사진 언덕 아래에서 보면 3층구조지만 위 도로에서 보면 단층의 조금은 옹색한 계곡에 붙어있는 집이다.

    도로변 경사면을 이용해 지은 집인지라 북쪽은 창문도 없다. 밑에서 돌계단을 밟고 집으로 올라가니 위에서 보면 지하고, 아래에서 보면 1층이 나온다. 1층은 송 전총장의 집필실이다. 2층은 허드렛방, 3층이 살림집이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복도도 좁고 옹색하다. 계단마다 도자기 등 골동품이 놓여있으나 걸리적거려보인다. 송 전총장은 이 집에 대단히 만족한다.

    비가 올 때 집앞으로 흘러가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고, 지금은 물의 흐름이 적으니 물고기가 살고 있어요.”

    서재에는 책들이 가득하고, 이곳에서 집필과 운동을 한다.

     

    -하루의 일상을 소개해주시지요.

     

    매일 아침 620분에 일어나 누워서 발차기 900번을 합니다. 10분이면 다 하죠. 그리고 요가를 변형하여 만든 필라테스 10개를 합니다. 참선을 1시간 정도 하고요.”

    그는 사경(寫經)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사경이 무슨 뜻인지 몰라 물었더니 동국대 나온 사람 맞아?”하고 가벼운 핀잔을 주며 수행을 위해 불교 경전을 필사하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노트의 한 페이지에 적고, 다른 페이지엔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15년째의 작업입니다.”

    선가귀감은 한자를 그대로 베껴 적고, 옆 페이지에 그날그날의 일기를 적고 있는데, 일기는 보지 말라고 했지만 슬쩍 몇 페이지를 살펴보니 치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140만원의 치료비가 지출된 내역, 제자들이 불러서 식사모임에 나간 얘기, 회의에 나간 얘기, 자식들이 찾아온 얘기들이 적혀있다.

    “‘선가귀감은 살아서 해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고요해야 지혜가 생긴다고도 하고요.”

     

    -세간에서는 송 총장님을 직업이 대학총장이라는 말이 회자됩니다. 동국대 총장 8년을 비롯해 동덕여대 총장, 가천의과학대학교 총장, 전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장 등 총장 관련한 수많은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입니까.

     

    업적 때문이죠. 우리 모교 동국대학교 총장 시절, 전국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고, 의학동국, 과학동국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한국 불교를 통털어 불교종합병원이 없었으나 일산 제3캠퍼스에 1000병상의 동국대일산병원을 건립했습니다. 일산캠퍼스는 4만평의 농과대 실습장과 제일은행 야구장 부지 25천평, 여기에 인근 5천평을 더 매입해 7만평의 캠퍼스를 조성했습니다. 동국대 일산 캠퍼스는 현재 주변에 30만 이상의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가성비 또한 높습니다.”

    이런 것들이 소문이 나서 타대학에서 총장으로 초빙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을 밝히면 안된다고 했다. 천억 대의 돈을 만졌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다. “돈을 밝히지 않은 깨끗하고 정직한 학사 행정직업 총장의 비결이 되었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실제로 이는 그의 청빈한 주거생활에서 입증이 되는 것 같다.

     

    -첫 직선제 총장이었다는 점도 새겨볼만한 대목이지요?

     

    그렇지요. 총장 직선제가 도입되어서 총장에 출마했는데 교수 및 교직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내가 1등으로 후보 자격을 따냈습니다. 그런데 2등이 총장이 되더라고...”

     

    -1등이 총장으로 뽑히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부리는 데 만만치 않으니까요. 종단과 재단과 나 사이에 늘 긴장 관계가 있었습니다.”

    재단이나 종단은 말 잘 듣는 만만한 사람을 총장직에 앉히려는 습성이 붙어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솔직한 발언이 인상적이다. 그는 다음번 총장 직선제에서도 1등 후보자로 올랐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던지 재단이 총장 선출을 승인했다.

    교직원의 전폭적인 지지에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학사운영 계획을 외면할 수는 없지요. 종단 및 재단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로 다른 어떤 총장 재임 때보다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이때 학교 발전기금을 50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전국 대학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금액입니다.”

     

    -또 항간에선 송 총장 재임시절, 경원대학교를 인수하라는 것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오해입니다. 경원대측이 인수 비용으로 18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교비(학생 등록금) 300억원이 있었지만, 법적으로 학사운영비 이외 전용을 할 수 없는 돈입니다. 그 돈이 결국 일산캠퍼스 조성 비용으로 투입되었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해 사안의 복잡성 등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더니, 쓰라고 말씀하신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관에서 꿇릴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송 전 총장은 모교를 인문학 중심에서 BT(생명공학), IT(정보기술), CT(영상 등 문화예술) 분야의 확고한 아성을 쌓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급인 사회통합위원장이 되었고, 한때 신문에 총리 후보로도 거명되었다. 가천의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있을 때인데,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를 가천대학교로 통합하고 학교를 떠난 일로 다른 중책을 수행할 여력이 없었다. 그후 그는 15천억원이 조성된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이 되었고, 이어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을 맡아 작년 6월에 비로소 모든 소임에서 물러났다.

     

    -불교 활동이 왕성하셨지요?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불광법회 회장으로 있었습니다. 2호 법사로서 동국대 교수로서뿐만 아니라 불교대중화 활동에 나섰습니다. 모교 총장이 되자 이런 법사로서의 자격이 불교계의 학교발전기금을 확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교적 자산인적 자산을 확보하면 자연 보시기금발전기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힘이 총장 시절 500억이라는 거대 기금을 확보하는 기틀이 마련되었고, 이 기금으로 1000병상의 대학병원, 일산캠퍼스를 조성한 시드머니가 된 것입니다.”

     

    -총장 재임 중 큰 애로가 무엇이었습니까.

     

    종단과 재단간의 갈등이 문제였습니다. 그 사이에 낀 학교측과 이런저런 마찰이 빚어졌습니다. 불교계에서 동국대 총장 하기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제반 문제들이 종단 · 재단 · 대학 · 동창회가 41체가 되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잘 돌아가면 모교가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4대문 안에 저런 대학이 존재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얼마나 큰 수혜입니까. 한국불교 발전은 종립학교 동국대학의 발전에 있다는 것을 자각했으면 합니다.”

     

    -총동창회에 바라신 점이 있다면...

    박대신 회장 체제가 열심히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전엔 싸우느라고 힘이 분산되었는데, 지금은 원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차기 회장은 총동창회를 이끌만한 저명한 재력가나 명망가가 나오기를 바란다.

    원칙적으로는 회비 내는 동창회로 만들어야죠. 35만의 동문 중 10분의 135000명이 매월 5천원씩, 1년이면 6만원이 됩니다. 이 정도 내는 동문이 3만명 이상 되어야 합니다. ‘당신의 회비가 35만 동창의 발전기금이다라는 광고를 동창회보 1면에 내세요. 6만원, 혹은 연 10만원씩 내는 캠페인을 벌이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이 기수별, 직군별, 지역별로 할당해 동창회비 납부 캠페인을 벌이기 바랍니다.”

     

    -좌우명이 무엇입니까.

    정직하라라는 답변이 금방 돌아왔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돈 먹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인은 돈 보기를 마약으로 알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

     

    송석구 총장은?

     

    충남 대전 출생으로 동국대에서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국립대만대학철학연구소에서 수학했다. 동국대에서 철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평생 교육계에 종사했다. 교단에서는 율곡을 비롯한 한국철학을 주로 강의했다.

     

    동국대학교 총장,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대학총장협의회 회장, 동덕여자대학교 총장, 국제신문 대표이사 사장, 가천의과학대학교 총장,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민간위원장, 사회통합위원회 위원, 대통령소속 사회통합위원장,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 삼성경제연구소 고문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노철학자의 인생수업> 한국의 유불사상> 불교와 유교> 대통합> 등이 있다. 유교와 불교를 회통하는 동양철학으로 일가를 이루고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계홍(65 국문·총동창회보 편집위원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