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노인의 날 이야기 ( 5 )

이돈희 | 2017.06.10 14:06 | 조회 2412
노인의 날 이야기 ⑤
  • 이돈희 본지 수석부사장 겸 수석논설위원.
    이돈희 본지 수석부사장 겸 수석논설위원.

    필자인 청파 이돈희 본지 수석부사장 겸 수석논설위원은 감정평가사로서 아버지날과 노인의 날을 비롯하여 한국노인문제연구소와 한국노인학회를 만들었고, UN에 세계어버이날 제정 제안자로서 세계한인재단 어르신위원회 위원장이다.


    현대사회연구소에서 공모한 ‘서기 2000년을 대비한 나의 미래설계’에서 ‘노인마을 만들기에 일생을 건다’라는 작품으로 2,853명의 응모자 가운데 대상을 받았으며, 대한민국 호국대상 국회상임위원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세계한인재단 어르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미주한인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으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올해의 도전상(201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돈희 본지 수석부사장 겸 수석논설위원은 전국의 노인대학, 사회기관과 단체에서 수많은 강의를 하고 있고, 신문과 잡지, 방송 등 각종 언론기관에 다수 출연했다.


    저서로는 「효친경로사상의 부활을 위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아들과 딸들에게」 등이 있다.


    <편집자 주>


    “대학생이 무슨 노인이냐?” 항의하지 말라! 대학생·미혼남녀가 볼 땐 신혼부부도 노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대학생을 세대 차가 난다고 무시해서는 안 되듯이 인생 경험 미숙한 젊은 사람이 「노인은 세대 차가 난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초등학생도 대학생이 되듯이 젊은이도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노인은 절대로 젊은 당신과도 무관한 분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 훗날의 노인이다. 노인 또한 노인이라고 체념하실 필요가 없다.


    육신이 움직이는 한 활동을 하시고 여생을 즐겁게 사실 권리가 있다.


    집에서 혼자 TV나 보고 말투나 만지기보다는 생활에 활력을 주는 취미를 가지시고 용돈을 버는 소일거리를 마련하셔야 한다. 노인이 못되고 죽은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노년기는 하느님이 귀하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다. 하느님이 귀하에게 주신 귀중한 노년기를 가족에게 불만으로, 찡그린 얼굴로, 자식·며느리 앞에서 부부싸움 하면서 사시면 안 된다. 회갑 넘은 노인들이 상대방 나쁘다고 부부싸움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정말로 가정을 위하고 자식·며느리를 위하면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다. 여생이 많지 않는 노인들이 부부싸움 해서는 안 된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하느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서로 위하며, 힘이 되어 주고, 위로가 되고, 기도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시라! 천당에서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시라. 그래야 인생이 즐거운 것이다. 필자가 「노인의 날 이야기」의 연재를 다음 호로 끝내면서 만 21년 전인 1971년에 발표했던 「노인의 날 제정 취지문」을 게재하기로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의 날 제정 취지문」이기도 하려니와 유엔에서도 국제노인의 날이 제정되었으니 우리나라도 조속히 「노인의 날」을 제정하기를 우리 사회와 정부에 다시 한 번 건의하고 촉구하는 의미에서다. 진정 수백만 노인을 위한 노인의 날을 제정하되, 반드시 공휴일로 제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언하고 주창한다.


    내년(1993)이면 필자가 아버지날을 만든 지 만 30년, 노인의 날을 만든 지 만 25년이 된다. 효친경로사상을 부활하는 방안으로 16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날을 만들고, 21살 젊은 나이에 노인의 날을 만든 필자도 흐르는 세월 따라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다.


    노인의 날이 아버지를 잘못 만났는가! 아니면 아직도 노인의 날이 제정될 시기가 되지 않았는가!!


    (8) 노인의 날 제정 취지문


    공사다망하시고, 몸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노인의 날 행사 장소인 서울 신촌 로터리 예식장 3층)에 참석하신 내빈 및 노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 자리서 만 3년 전인 1968년에 노인의 날을 만든 동기와 취지를 간략히 말씀드림으로써 위원장(노인의 날 행사 준비위원장) 인사에 갈음할까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이 노인을 멸시하고 푸대접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할아버지를 골방 뒷 구석에 두고서 식사만 전해줄 뿐 하루 종일 한마디 이야기도 해주지 않는 가정을 보았습니다.


    방이 없다고 아무도 거처 않는 다락에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가정도 보았습니다. 80세 된 친정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내려는 딸을 봤습니다. 나이를 먹었으면 자기 나이 먹었지 내 나이 먹었냐고 노인에게 윽박지르는 젊은이를 봤습니다. 할머니의 말씀은 모두 잔소리로 여기는 가족을 보았습니다.


    모든 가정의 노인들이 다 그렇겠습니까만 그런 노인들이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를 마음속에 늘 생각하면서 자라왔던 것입니다.


    그러던 1968년 1월 75세라는 할아버지께서 저의 집에 구걸을 오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쭈어 봤지요.


    「할아버지는 자제분이나 며느님이 안 계신가요?」


    할아버지 말씀인즉 아들은 미국유학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사이고 며느리는 가끔 방송국에도 연사로 출연하는 소위 인텔리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문을 했습니다.


    「그런 훌륭한 아들과 며느리를 두셨는데 왜 구걸을 하십니까?」


    구걸을 다니는 것이 아들의 눈치를 보고 며느리의 괄시를 받는 것보다는 마음 편하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경로사상이 희박해가기로서니 이래서야 되겠는가 싶어 많은 분들과 토론하고 노인들의 말씀을 참고하여 만든 것이 노인의 날(일명 경로일 또는 경로의 날)입니다.


    지금 말씀드린 아들이나 며느리가 배운 것이 없어 그랬다면 또 모릅니다. 애지중지 길러서 유학까지 시킨 아들과 많은 교육을 받은 며느리가 이 지경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또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10년 전, 20년 전 그러니까 24살인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어깨가 아프다고 하시면 두드려 드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 그만두라고 하실 때까지 주물러 드렸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대개 「XX파스 붙이세요」하면 그만입니다. 10년 전, 20년 전만 해도 할머니가 옛날이야기 들려주시는 것을 제일 즐거워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할머니 거짓말」하면서 만홧가게로 달아나는 것이 고작입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자 손녀 사이가 10년 전, 20년이란 세월 따라 그만큼 벌어져 버렸거늘 앞으로 유구한 세월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후손이 없어 불우한 노인, 자손이 있어도 멸시와 학대받는 노인, 나이가 많다고 사회나 직장으로부터 소외당하는 노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양로원에 계신 노인들을 생각해 보십시다. 그 노인들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추석이다 크리스마스다 해서 무슨 명절이나 돼야 떡이나 옷가지 등의 선물이 있지 그런 날이 지나면 모든 사회단체가 거의 무관심 상태가 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노인은 인생의 마지막입니다. 늙으면 없던 병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말을 안 듣는 불쌍한 인간이 노인입니다.


    이러한 노인들을 외면해서 되겠습니까? 한 가정과 이 나라를 맡아오신 노인들을 늙고 병들었다는 이유로 외면해서 되겠습니까? 안되기 때문에 젊은 제가 평생을 바쳐서라도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로 신문사·방송국·정치가·사회 저명인사들께 이미 만 3년간이나 부르짖고 건의해 왔던 것입니다.


    핵가족이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점점 희박해 가는 경로사상과 노인보호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의 날을 두자고! 우리 국가 전체가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더 노인들을 위로하고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고!


    무슨 날 무슨 날 해서 일 년 365일이 다 무슨 날이 되다시피 했는데 제가 노인의 날을 추가함은 여기에 까닭이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드리거니와 노인의 날도 행사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 개개인에게 노인을 위하려는 마음을 심어주려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사실 번지르르한 행사는 안 해도 좋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전 세계엔 노인 인구가 2억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우리나라에도 65세 이상의 노인이 2백만 명이나 됩니다. 지금 현재의 노인은 물론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됩니다. 너무도 평범한 말이지만 태어나는 사람은 일찍 죽지 않는 한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노인 문제가 남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노인 문제는 언제고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노인을 위해 만든 노인의 날이 일개인의 노인의 날일 수는 없습니다. 바로 여러분들 자신의 노인의 날입니다.


    노인복지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넓게는 인류와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노인의 날이니 만치 앞으로는 전 국민의 지혜와 연구로써 발전시켜 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나 사회단체·노인단체·각 언론기관에서 더욱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면서 행사도 맡아줄 것을 부탁하는 바입니다. 사실 대통령(박정희 대통령) 각하께 올리는 편지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어떻게 제가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매년 행사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젊다 해서 노인들을 경시하거나 푸대접하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모쪼록 인생의 마지막인 노인들도 사시는 보람을 갖게 해드립시다. 쓸쓸하지 않게 해 드립시다. 귀찮아하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맙시다.


    또한, 노인은 노인이라고 체념하시거나 자만하시지 마시고 연수에 맞는 활동을 하시면서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십시다. 노인의 날의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자 설명 : 위 〈노인의 날 이야기〉는 우리나라에 노인의 날이 제정되기 6년이나 전인 1991년 9월 20일부터 1992년 3월 15일까지 격주간지인 〈노인신문〉에 8회(4∼11회)에 걸쳐 연재된 것으로, 동일한 제목으로 다시 쓴 글은 〈효도실버파워신문(2001년 9월 21일)〉, 〈토지 (2001년 9월호)〉, 〈연안이씨종보(2001년 가을·겨울호)〉, 〈충효문화(2002년 9월호)〉 등이 있음. 


    -끝-


    ※ 이 글은 필자의 「효친경로사상의 부활을 위하여」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