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놀란 강 - 공광규

최고관리자 | 2021.07.08 11:31 | 조회 487

놀란 강


                         공 광 규 (국문83)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받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 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