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 대
문효치(국문62)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졸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약력)
1966년 서울신문 및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왕인의 수염』『모데미풀』『나도바람꽃』등 13권.
김삿갓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익재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역임. 현재 계간『미네르바』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