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사나사 가는 길 - 윤제림

최고관리자 | 2018.09.05 15:55 | 조회 855

사나사 가는 길

 

윤 제 림(본명: 준호, 국어국문학과 77학번)

 

참깨를 터는 중늙은이를 지나서

우산을 양산대신 쓰고

벼랑 위의 아기단풍을 구경하고 서 있는

배부른 여자를 지나서

쉬는 차 표지가 보이는 개인택시를 세워놓고

이동화장실에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는

중년의 사내를 지나서

늦가을 햇살에 산천어 열목어가 어질어질

물무늬를 놓고 있는 징검다리에 쪼그리고 앉아

물 참 맑다, 고기 참 많다

연신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는

연인들을 지나서

 

지나가는 샘물을 지나서

지나가는 나무를 지나서

지나가는 비를 지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