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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호 “대북전단법, ‘한국은 北독재자 편에 섰다’ 이미지 갖게 할 것”
  • 최고관리자 | 2020.12.30 14:30 | 조회 1281

    정치]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1230() 문화일보


    지성호 대북전단법, ‘한국은 독재자 편에 섰다이미지 갖게 할 것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의원실 벽에 걸려 있는 탈북작가 오성철 씨의 작품 꽃제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탈북민 출신 지성호 의원

     

    초청으로 국무부 방문했는데 대북전단법 관련 심각한 우려를 서울 가서 숨김없이 전하라더라 _ 외교 사안은 비공개인데 놀라워

     

    전단은 주민 누구나 볼 수 있고 지역 시장 통해서 빠르게 확산 _ 내부변화 이끌 수 있는 수단

     

    , 인권 문제엔 초당적 협력 전단법 관련 청문회 가능성 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독재자의 편에 섰다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29일 관보 게재를 거쳐 공포 절차를 마친 것과 관련,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했던 지난 8일 방미해 약 열흘간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회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돌아온 지 의원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우리 정부는 그 심각성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 의원이 이 법에 전력투구하는 이유는 그가 북한 인권문제에 있어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현장에서 한 손으로 목발을 번쩍 들어 올려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바로 그 인물이다. ‘꽃제비출신인 그가 들어 올린 목발은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자유와 북한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동시에 대변했다. 지 의원은 인권은 인류 보편 가치의 문제라며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미 의회가 추진하는 청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 의원을 만나 이번 미국 출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 및 향후 활동 계획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미 국무부 초청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문제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나.

     

    미국 출장을 계획할 당시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지 않고 있는 문제나, 북한인권대사를 몇 년째 임명하지 않는 문제 같은 것들을 논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갔더니 대북전단 문제가 거론됐다. 국무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국의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에 가서 그대로 이야기해도 된다고 했다. 하나도 숨기지 말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외교적인 사안은 비공개를 전제로 논의하는데, 민감한 이야기들을 서울에 돌아가서 숨김없이 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놀라웠다. 때마침 방한 중이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가진 수단 이상으로 북한의 인권 활동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였다. 그에 역행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그만큼 격노하는 것으로 보였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해 미 의회에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일이 커졌다.

     

    미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한국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됐는지 몰랐다며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 한국 국회의원인 내 책임이 큰 거지 스미스 의원이 사과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미국은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핑계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스미스 의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의원과 함께 청문회를 열고, 궁극적으로 결의안까지 내겠다고 했다.”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전단에 북한 수뇌를 자극하는 내용이 많다고 하는데, 대북전단의 내용은 어떤 것들이고 풍선에는 무엇이 담기며 실제로 파급력은 어느 정도인가.

     

    요즘에는 USB에 각종 자료를 담아 보낸다. 대북전단에는 꽃제비 출신 지성호가 남한의 국회의원이 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런 건 북한 주민들에게 엄청난 소식이다. 북한 주민들은 라디오는 숨어서 몰래 듣지만, 대북전단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북한 지역에 전단이 떨어지면 노동당 간부도 보고 보위부 소속 사람들은 물론 어린아이도 다 볼 수 있다. 전단 한 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발전상도 알릴 수 있다. 북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 공식적으로는 TV 채널 하나, 신문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소식은 각 지역의 시장을 거점으로 빠르게 전파된다. 전단에 실린 내용이 입소문으로 퍼지는 것이다. 내가 살던 고향의 사람들도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는 걸 전단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한 번 가지고 태어난 신분을 죽어도 바꿀 수 없는데, 한국에서는 신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통해 증명된 셈이다. 대북전단을 통해 이런 사실을 알릴 수 있다. 북한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하는 일부 탈북민 단체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그런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 국민의힘은 특정 마을이 있는 접경지역보다는 조용한 곳에 가서 전단을 보낼 수도 있고, 언론에 알리지 않고 살포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대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에 협상을 제안했었다. 개정안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법안소위원회를 거치는 동안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서로 의견을 내고 조율해 나가는 절차를 밟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는 그런 절차가 사실상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께 묻고 싶다. 자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알려주려는 활동을 이토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성명 이후 여당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는 이유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라고도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북한만 바라보고 대북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협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뒤 4시간도 지나지 않아 통일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민주당이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여러 가지 독소조항이 있는데도 수정되지 않은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모든 과정은 분명히 역사에 남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런 식으로 북한을 상대해 왔다. 그래서 북한이 변했는지 묻고 싶다. 아무런 변화도 없지 않나. 최근에 우리 국민이 바다 위에서 북한군에게 처참하게 총살되는 사건도 있었고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이 6명이나 있지만 정부는 한 사람도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눈치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

     

    일부 의원이 미국의 문제 제기를 내정 간섭이라고 했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재미동포들은 우리 정부를 비판한 미국 의원들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외교부와 통일부가 사태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에게 더 열심히 하시라는 뜻으로 커피 한 잔씩 보내 드리고 싶을 정도다. 진작부터 그렇게 열심히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 미국 의원들이 비판하고 나서니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동포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한인 사회에 역풍이 불까 봐 우려스럽다.”

     

    미 의회 청문회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하원 의원인 스미스 의원과는 계속 대화하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민주당 의원과도 소통하고 있으며 주일대사 출신인 빌 해거티 공화당 당선자와도 대화 중이다. 청문회가 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는데, 청문회는 반드시 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과도 상당히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화당으로 갈리는 문제가 아니다. 지한파 의원, 지한파가 아닌 의원의 문제로 나눌 일도 아니다. 인권은 인류 보편 가치의 문제다.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밀어붙인 건 민주주의 국가 간의 암묵적인 약속을 깨버린 것과 같다. 자유민주주의를 택한 국가들과 동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북한 독재자의 편에 섰다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여러 종류의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고 그 회의에 대한민국도 참석하게 될 텐데 곤혹스러운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인사가 국제기구의 수장 선거에 도전하는 데도 당연히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우리가 정상적인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가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법 통과는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 국가 간의 암묵적 약속을 깬 것과 같다는 그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청와대도 이 문제를 이제 발등의 불로 인식했는지 지난 2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기관 담당자들을 소집해 이와 관련한 첫 회의를 개최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20201230일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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